●시나리오 대처 방안 백두산 화산 폭발

 갑자기 궁금해서 찾아봤어요

“반경 50㎞ 대다수 생명체 질식사 우려”

학창시절 한라산은 사화산, 백두산은 휴화산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라산은 활동이 완전히 멈춘 죽은 화산이고 백두산은 잠시 활동을 쉬고 있는 휴식 화산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휴화산이라는 개념은 없다. 내부에 마그마가 살아있고 1만년 안에 폭발한 적이 있는 것은 모두 활화산이다. 이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백두산은 명백한 활화산이다.

백두산 천지 백두산은 살아 있으며 언제든 폭발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규모로 분화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연구를 통해 대응책을 모색해야 하는데 현장조사를 하는 방법도 보이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백두산 연구자로 꼽히는 이윤수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는 과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 책임연구원으로 국내 백두산 연구를 사실상 총괄했던 사람이다. 2018년 포스텍으로 옮겨서도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세계 학자들은 대부분 백두산을 언젠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 활화산으로 구분한다. 또 대규모 분화가 가능한 위험한 화산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 시기와 규모를 놓고 의견이 분분할 뿐이다. 과연 백두산이 폭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사전에 어떤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활화산, 먼저 역사 속에서 백두산 폭발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자. 학자들은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1401년, 1403년, 1597년, 1668년, 1702년에 백두산이 폭발했다고 분석한다. 당시 사람들은 돌비가 내렸다 비린내(유황분진)가 뿜어져 나왔다 등의 상황을 기록했기 때문에 화산이 언제 폭발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상 다소 차이가 있다.

일본 화산 전문가인 다니구치 히로미쓰 도호쿠대 명예교수는 한중일 기록을 샅샅이 분석해 백두산이 현재와 가깝게는 1373년, 1597년, 1702년, 1898년, 1903년, 1925년 등 모두 6차례 폭발했다고 주장했다. 히로미쓰 교수는 또 2012년 5월 일본 화산 전문가 학술대회에서 “6차례의 폭발은 모두 일본에서 큰 지진이 일어난 뒤 발생한 것”이라며 “2011년 동일본 지진이 일어난 것을 감안하면 백두산은 2019년까지 68%, 2032년까지는 99% 확률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히로미쓰 교수의 백두산 폭발이 일본 지진의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은 아직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화산 연구자들은 대부분 백두산이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화산 중 하나라는 점에 동의한다. 이윤수 교수는 시기가 문제지만 분화는 기정사실이다. 철저한 연구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백두산 부근의 지질 현황에 주목해야 한다. 백두산 일대에서 한 달에 수십 차례 지진이 발생한 2002년부터 2005년 사이에 천지 외륜산의 높이가 10cm 정도 높아진 적이 있다. 그 후 2009년부터 서서히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증거도 있다. 또 천지 일대 온천수의 온도가 섭씨 69도에서 83도까지 올라가면서 화산 활동이 활발해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질연구원 지강현 책임연구원은 다만 최근 몇 년 새 화산폭발에 대한 위험신호가 다소 둔화된 측면도 있다. 각종 지표를 분석해 좀 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폼페이 멸망 화산 폭발의 50배에 달하는 위력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예상되는 화산재의 확산 범위. 북한과 일본의 동북부 일대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행정안전부 제공]

그러면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어떤 피해가 생길까. 백두산 폭발 중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일명 밀레니엄 폭발로 불리는 946년 폭발이다. 당시 화산분화지수는 7에 달했다. 고대 로마 도시 폼페이 멸망을 가져온 베수비오 화산 폭발의 50배 정도의 위력에 해당한다. 당시 이 폭발로 45메가톤의 황이 분출해 화산재와 화산가스 기둥이 대기 상층을 25km 내뿜은 것으로 분석됐다. 화산재는 일본까지 날아가 홋카이도와 혼슈 북부에 510cm 두께의 퇴적층을 만들었다. 일본에도 당시의 분화를 관측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보다 작은 규모의 분화도 한반도에 큰 피해를 남겼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화산 폭발로 △성이 두 군데 무너졌다 △회우로 인해 나카가와의 물이 샛노랗게 오염됐고 △석괴가 굉음과 함께 날아갔다는 등의 기록이 남아 있다. 마그마 분진 산불 등의 피해가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화산 폭발은 산업화가 진행 중인 현대에 훨씬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화산재의 유황성분이 각종 전기시설의 고장을 유발하여 전력망이 붕괴될 수 있다. 또 화산재가 대기를 뒤덮으면 냉해를 유발할 수 있다. 직접 피해가 예상되는 북한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도 예상된다.

이산화탄소 폭발도 우려되는 현상 중 하나다. 이윤수 교수는 “현재 백두산 정상 칼데라(화산 지형)에 물이 고인 호수, 즉 ‘천지’가 있는 것도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천지 같은 규모의 화산호는 호수 하층에 이산화탄소가 압축되면서 초임계 상태(액체와 고체의 중간 상태)로 고이게 된다. 화산이 분출해 이 정도 규모의 이산화탄소가 확산되면 백두산 일대의 많은 생명체가 질식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현장에 가면 거품이 보글보글 일어난다. 상당량의 이산화탄소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제대로 된 조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1986년 서아프리카 카메룬에서는 이와 관련한 피해가 발생했다. 니오스호가 품고 있던 이산화탄소가 갑자기 분출해 반경 25 내의 생명체가 거의 질식사했다. 당시 인명피해는 1746명, 희생 동물은 수천 마리에 달했다. 이 교수는 “백두산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천지의 경우 반경 50㎞까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윤성효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4월 15일 국회 토론회에서 백두산 분출을 가정한 모의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윤 교수는 화산재가 비처럼 쏟아지면서 막대한 산불이 발생해 주변 산지를 모두 태운다면서 북한 압록강 주변과 중국 창바이 조선족자치현 일대의 도로 댐 전기 등 기반시설이 마비되고 주민들은 호흡기 질환, 먹는 물 오염, 냉해에 시달려 일대가 초토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윤수 교수도 “백두산 화산 폭발 규모를 5 정도, 즉 946년 대폭발의 100분의 1 수준의 위력으로 가정해도 파괴력이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600배에 해당한다”며 “이보다 더 큰 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 게 지금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실제로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시민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행정안전부의 재난분야 위기관리 매뉴얼 작성운용규정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대통령 훈령 제388호) 등에는 그 내용이 있다.

△화산재가 떨어지기 전에는 문과 창문, 환풍구 등 바깥 공기가 유입될 수 있는 틈을 적신 수건이나 테이프 등으로 막고 △만성기관지염과 폐기종, 천식이 있는 환자는 실내에 머물러야 하며 △화산재로 인해 며칠 동안 외출을 못할 수 있으므로 생수와 음식, 방진마스크, 의약품과 구급상자 등을 준비할 것을 권한다. 이 밖에 △야외에 있을 때 화산재가 내리면 코와 입을 가리고 실내나 자동차로 대피하고 △차량 이동도 가급적 피해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 전조등을 켜고 화산재가 날아가지 않도록 천천히 운행하라고 요구한다. 눈에 띄는 것은△화산재를 청소할 때 가급적 물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화산재는 물과 섞이면 시멘트처럼 단단하게 굳기 때문이란다.

한편 행안부 관계자는 기본적인 대응 매뉴얼은 있지만 국내에서 화산재를 피해야 하는 상황은 실제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백두산 폭발 피해가 한국에 직접 전해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 경우 화산재의 약 97%는 성층권 근처까지 날아오른 뒤 제트기류를 타고 동쪽으로 흩어진다. 북한과 중국, 그리고 일본 홋카이도 및 동북부 일대가 적지 않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3% 정도의 화산재는 계절풍을 타고 대류권을 따라 돌게 되기 때문에 한국은 미세먼지, 항공기 이착륙 제한 등의 간접적인 피해를 상당기간 볼 것으로 보인다.

남북 공동연구 필요

4월 15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눈뜨는 백두산 화산은 어떻게 할까? 토론회에서 전북대 오창환 교수가 ‘백두산 폭발시 예상되는 남한의 피해’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국내 연구진은 백두산 폭발이 동북아 전체에 적지 않은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국이 협력해 현지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화산 연구팀은 이를 위해 북한이나 중국의 연구진과 접촉을 계속해 왔다. “기술과 장비를 제공할 테니 공동으로 연구하자”는 제안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적 상황에 밀려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지질연은 2015년 중국과학원과 협약을 맺고 백두산 공동연구를 추진했다. 마그마의 위치를 지질조사를 통해 추측한 뒤 실제로 시추공을 파 현재 화산 상태를 살필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 차례 현장답사만 했을 뿐 이후 중국 내 사정으로 원활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강현 책임연구원은 “천지 내부의 마그마 구조를 조사하려면 초음파, 충격파 분석장치 등을 동원해야 한다. 이 장비를 백두산까지 가져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북한에서는 이런 장비가 제재 품목에 해당하고 중국의 경우 관할 군부대의 허가가 별로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백두산 접경지대에서는 중국인 과학자조차 각종 장비를 갖고 다니지 못하는 등 제약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윤수 교수는 북측이 먼저 공동연구 의사를 전달해 온 점도 있고 한국이 먼저 요청하는 등 서로 노력해 왔지만 매번 실패로 끝났다며 백두산 연구를 위해서는 중국과 북한, 양국 간의 공동연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방법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아 2019년 6월호 정승민 과학칼럼니스트 enhanced7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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